한국어 / C1
재채기하는 돌부처
산기슭에 사는 김 씨는 게으른 사람이었다. 아내와 네 아이를 먹여 살려야 했지만, 꾸준히 일하는 것은 싫어했다. 긴 담뱃대를 물고 앉아 무슨 일이든 저절로 잘 풀리기를 기다리는 쪽을 좋아했다.
어느 날 아내는 더는 참지 못했다. 빈 그릇으로 배고픈 아이들을 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남편을 호되게 꾸짖은 아내는 집안에 필요한 것을 무엇이든 구해 오라며 그를 내보냈다. 그러고는 얼마 남지 않은 곡식을 찧어 아이들의 끼니를 준비했다.
산에 오른 김 씨는 운만 좋으면 인삼 뿌리나 금덩이, 혹은 값비싼 돌을 찾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 횡재가 아니더라도 산딸기나 머루, 배라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바위 사이를 오랫동안 헤매도 집에 가져갈 만한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낮이 다 되었을 때 그는 거대한 석불 앞에 도착했다. 먼 옛날 사람들이 산의 바위를 오랜 시간 깎아 만든 불상이었다. 코는 길게 튀어나왔고 입은 넓었으며, 납작한 머리 위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설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돌로 된 모자가 얹혀 있었다.
그것을 만든 사람들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근처의 절도 폐허가 되어 있었다. 숲은 무성하게 자라 석불을 거의 가려 버렸다. 아래쪽에서는 머루 덩굴이 바위를 붙잡고 올라가 가지와 잎으로 목 부근까지 뒤덮고 있었다.
그런데 석불의 머리에 난 틈에서 배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오래전 새가 떨어뜨린 씨앗에서 싹튼 나무였다. 바깥으로 뻗은 가지 끝에는 잘 익은 배가 하나 달려 있었는데, 그 크기가 사람 머리만 했다. 잘라서 나누면 온 가족의 후식으로도 충분할 배였다. 김 씨는 뜻밖의 행운이 반가웠다.
그는 덤불과 머루 덩굴을 움켜잡고 위로 올라갔다. 힘겹게 석불의 턱까지 이른 뒤에는 돌입술에 발을 딛고 코를 붙잡았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그 이상은 올라가지 못했다. 매끈한 코는 미끄러웠고 귀에도 손으로 붙잡을 곳이 없었다. 저 위에서는 커다란 배가 산들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열매였다.
그때 묘안이 떠올랐다. 커다란 동굴처럼 뚫린 오른쪽 콧구멍으로 들어가 위쪽으로 나가는 길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김 씨는 벌레처럼 그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 이윽고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그는 어둠 속에서도 손발을 움직이며 계속 올라갔다.
돌로 된 코라고 해서 속을 이렇게 건드려도 괜찮았을까. 김 씨가 무슨 생각을 했든, 그는 배를 따겠다는 마음으로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그 순간 산이 찢어질 듯한 굉음이 터졌다. 지진인가, 폭풍인가, 천둥인가 싶을 만큼 큰 소리였다. 그러나 그것은 석불의 재채기였다. 석불은 그렇게 콧속의 불청객을 내보냈다.
김 씨는 공중으로 튕겨 나가 덤불 위에 떨어졌다. 곧 의식을 잃었으므로 그 뒤의 일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때는 오후 한 시쯤이었다.
해가 질 무렵에야 그는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뜨자 높은 곳에서 코를 드리우고 있는 석불이 보였다. 그제야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그런데 옆을 보니 탐내던 배가 떨어져 있지 않은가. 석불이 세차게 재채기를 하면서 머리까지 흔드는 바람에 열매도 가지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김 씨는 배를 주워 들고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 가족은 커다란 배를 얇게 잘라 나누어 먹었다. 김 씨는 자신이 겪은 모험을 이야기했고, 가족은 배를 먹으며 즐거운 저녁을 보냈다. 머리 위의 열매를 따려다가 코 밖으로 날아간 김 씨는, 결국 그 열매를 들고 돌아온 셈이었다.
English summary · includes the ending
Mr Kim dislikes working, although he has a wife and four children to support. One day his wife sends him into the mountains to find something for the family. He discovers an enormous stone Buddha with a pear tree growing from its head. A single pear is almost as big as a person’s head.
Kim climbs the plants covering the statue, but its smooth face stops him from reaching the fruit. He crawls inside one nostril, hoping to find a way to the top. The statue suddenly sneezes, throwing him into some bushes. He loses consciousness and does not wake until sunset.
The pear is lying beside him. The statue’s sneeze shook its head and made the fruit fall. Kim happily takes it home. That evening the family shares the large pear while he tells them about his extraordinary adventure. He gets the fruit, although his climb did not go as planned.
Adapted for Lejrbål from the credited sou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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