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 B1

호랑이를 속인 토끼

Short story

강원도 산속에 흰수염이라는 커다란 호랑이가 살았습니다. 눈이 번쩍이고 발톱이 날카로운 그는 자기 힘을 아주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소도 쓰러뜨릴 수 있었고, 사냥꾼의 덫이나 총알도 잘 피했습니다.

흰수염은 산을 다스리는 신의 일을 하는 호랑이였습니다. 사람들이 산길에 신을 위해 음식과 물건을 놓으면, 그것이 계속 있는지 확인하는 일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신을 화나게 하면 호랑이가 마을로 내려올까 봐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흰수염은 더욱 잘난 척했습니다.

마을 근처 언덕에 사는 토끼는 그 호랑이가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는 소리를 자주 들었습니다. 늘 조심해서 피했지만, 어느 추운 겨울날 그만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전날부터 굶은 토끼가 얼어붙은 강을 건너는데, 강가의 바위 뒤에서 호랑이가 뛰어나왔습니다.

“배가 고프다. 당장 너를 먹어야겠다.”

토끼는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침착한 척하며 대답했습니다.

“저는 너무 작고 말라서 먹을 것이 별로 없어요. 제가 산으로 가서 다른 동물들을 이쪽으로 몰아오겠습니다. 그러면 훨씬 많이 드실 수 있어요. 다만 제가 시키는 대로 하셔야 합니다.”

호랑이는 푸짐한 먹이를 생각하며 좋아했습니다. 커다란 입과 이빨을 본 토끼는 무척 무서웠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호랑이는 토끼의 말대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여기 얼음 위에 누워 눈을 감으세요. 제가 마른 풀로 주위에 원을 만들고, 빙빙 돌면서 동물들을 몰아올게요. 눈을 뜨면 이 일을 해내는 신기한 힘이 사라집니다.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무슨 소리가 나도 제가 말할 때까지 눈을 뜨지 마세요.”

호랑이는 하루 종일 숲과 돼지우리 주위를 돌아다녔지만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배고프고 피곤해서 기다리는 동안 잠깐 자려고 했습니다. 눕자마자 곧 잠이 들었습니다.

토끼는 마른 풀을 뽑아 잠든 호랑이 주위에 두껍게 쌓았습니다.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계속 풀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불을 붙인 뒤, 불길이 높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달아났습니다.

불이 타닥타닥 타는 소리에 잠을 깬 호랑이는 하품하며 눈을 비볐습니다.

“약속을 지키세요! 눈을 뜨면 안 돼요!”

토끼는 이렇게 외치며 언덕 위로 더 멀리 뛰었습니다.

호랑이는 주위에 불이 난 것을 보고 화를 냈습니다. 높이 뛰어 불길을 벗어나 목숨은 구했지만, 한쪽 발을 데어 절뚝거렸습니다. 털도 심하게 타서 자랑하던 멋진 모습이 사라졌습니다.

집에 돌아온 그를 보고 다른 호랑이들이 웃었습니다. 산의 신도 이렇게 어리석은 일을 한 흰수염을 더는 믿지 않았습니다. 흰수염은 이제 예전처럼 높은 자리를 차지할 수 없었습니다.


English summary · includes the ending

White Whiskers is a proud, powerful tiger who works for the Mountain Spirit. One winter day, he meets a hungry rabbit on a frozen river and threatens to eat it. The rabbit hides its fear and promises a much larger meal by driving other animals towards him.

It tells the tiger to lie down, close his eyes, and stay still while it makes a circle of dry grass. If he opens his eyes, it says, the special power will fail. Tired and hungry, the tiger agrees and falls asleep.

The rabbit piles grass around him, sets it alight, and escapes. When the tiger wakes at the crackling sound, the rabbit calls out that he must keep his promise.

The tiger finally jumps clear of the flames, but burns a paw and badly damages his beautiful fur. Other tigers laugh at him. The Mountain Spirit no longer trusts such a foolish servant, and the tiger loses his high position.

Adapted for Lejrbål from the credited sou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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