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 C1

거울 소동

Medium-length story

옛날, 한강 가까이에 자리 잡은 서울은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날 일이 없던 사람들에게 세상의 중심처럼 여겨졌습니다. 나라 안의 모든 길은 이 눈부신 도성으로 이어지는 듯했습니다. 큰 상점과 번화한 거리에서는 온갖 물건을 살 수 있었고,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오갔습니다. 종일 땔감과 물건을 나르는 소들이 성문을 통과했고, 저녁이면 수많은 굴뚝에서 푸른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쌀과 잡곡, 과일과 채소, 과자와 그릇까지, 가게에 진열된 물건을 모으면 산을 이룰 것 같았습니다.

궁궐과 절, 부자들의 저택이 도시를 아름답게 꾸몄고, 그 바깥에는 높은 성벽이 둘러서 있었습니다. 해가 산 너머로 기울면 성문이 닫혔습니다. 문을 여닫을 때는 악기를 연주하고 큰 종을 쳤습니다. 시골 사람들에게는 서울보다 더 훌륭한 도시가 있으리라는 생각 자체가 터무니없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북쪽의 어느 마을에는 방앗간을 운영하는 김 씨와 그의 아내 조 씨가 살았습니다. 김 씨는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서 쇠돈과 놋돈을 모아 지붕 아래에 감추어 두었습니다. 왕이 사는 서울을 구경하겠다는 생각을 오래 품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도시 사람들이 입는 새 옷과 빗, 신발이 갖고 싶어 남편의 여행을 부추겼습니다. 딸들도 허리띠와 털 달린 신발, 은비녀를 부탁했습니다. 김 씨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 꼭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맑은 오월 아침, 그는 서울을 향해 걸어서 길을 나섰습니다. 아내와 딸들은 바닥에 얼굴이 닿도록 절을 하며 선물을 부탁했습니다. 아내는 도둑을 조심하고, 여관에 돈을 함부로 놓아두지 말며, 술집이나 유흥을 즐기는 곳에서 낭비하지 말라고 단단히 일렀습니다. 김 씨도 가족에게 불을 잘 때어 집을 따뜻하게 하고, 밤에는 문을 단단히 잠그라고 당부했습니다.

고향에서 김 씨는 물건값도 꼼꼼히 따지고 곡식을 가는 일도 능숙하게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울 성 안에 들어서자 낯선 광경과 소리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큰길 한가운데 입을 벌리고 서서, 저 많은 사람은 어디서 왔으며 무엇으로 살아가는지 궁금해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은 달이라도 삼키려느냐고 놀렸고, 아이들은 입이 새집 같아서 무언가 날아 들어가겠다고 웃었습니다.

김 씨는 가게마다 기웃거렸지만, 값을 물었다가 너무 비싸서 기겁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아내와 딸들에게 줄 예쁜 물건은 샀습니다. 부채와 옷감으로 쓸 비단, 머리핀 한 상자, 보석인 호박으로 만든 구슬과 은반지였습니다. 곧 결혼할 큰딸의 혼례 준비에도 필요한 것들이었습니다.

비단 가게 점원은 손님이 시골 사람인 줄 알고 재미있는 장난을 생각했습니다. 요정 이야기를 들려주더니 길 건너편 가게를 가리켰습니다. 그곳의 둥근 물건을 들여다보면 여태껏 보지도 느끼지도 못한 신기한 일을 겪게 된다고 했습니다.

김 씨는 당장 길을 건너, 은빛으로 반짝이는 금속 제품을 파는 가게로 갔습니다. 달처럼 둥근 물건 앞에 서자 그 안에 남자의 얼굴이 나타났습니다. 자기와 비슷한 나이의 낯익은 얼굴 같았는데, 누구인지 이름을 떠올릴 수 없었습니다. 고향 친구나 이웃이 뒤에 서 있나 싶어 홱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시 둥근 물건을 보자 같은 남자가 또 나타났습니다. 잠깐 숨었다가 돌아오기라도 한 것일까요?

김 씨가 옆으로 비키면 얼굴은 사라지고, 정면에 서면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가 웃으면 남자도 웃고, 얼굴을 찡그리면 똑같이 찡그렸습니다. 아무리 빨리 돌아보아도 그 남자를 붙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것은 반짝이는 금속 거울이었습니다. 그러나 평생 거울을 본 적이 없는 김 씨로서는 그 물건의 정체를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요정의 마법 같은 물건이라고 여기고 사서 가져왔습니다.

집에서는 아버지가 돌아오기만 기다리던 딸들이 먼저 선물 상자를 풀어 달라고 했습니다. 가족이 선물에 정신을 빼앗긴 사이, 김 씨는 거울 상자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다른 물건들을 장 안에 넣었습니다. 그런 뒤 방앗간과 돼지, 당나귀, 소를 살피러 나갔습니다.

딸들이 거울 상자를 여는 순간, 집 안에 큰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딸 뒤에 서 있던 아내는 거울 속 젊은 여자의 얼굴을 보고 낯선 여자가 집에 들어왔다고 여겼습니다. 질투심이 치밀었습니다.

“너희 아버지가 나 대신 다른 여자와 살려고 서울에서 데려왔구나! 도대체 무슨 생각이람?”

딸 역시 반짝이는 금속에 비친 얼굴을 보더니 소리쳤습니다.

“안 돼요, 어머니. 모르는 여자가 어머니 자리를 차지하게 둘 수 없어요. 너무 젊기도 하고, 틀림없이 우리를 못살게 굴 거예요.”

고함과 울음소리를 듣고 할머니가 절뚝거리며 들어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직접 보세요. 아버지가 우리를 괴롭히려고 이런 걸 가져오셨어요.”

거울을 잠시 들여다본 할머니도 화가 치밀어 소리쳤습니다.

“이 늙은 여자를 우리 집에 둘 수는 없어. 내 아들이 나와 자기 가족을 부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잖아. 서울에는 왜 갔단 말이냐!”

젊은 여자들과 어머니, 할머니까지 울어 대자 집 안은 귀가 먹먹할 만큼 시끄러워졌습니다. 저마다 종이 손수건을 세 장씩이나 써야 눈물을 닦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흔들며 들어와 조용히 하라고 했습니다. 눈물을 줄줄 흘리는 식구들을 보고 까닭을 물었습니다.

“당신도 직접 보세요.”

아내가 거울을 건네자, 할아버지는 금세 얼굴이 벌게졌습니다.

“내 아들이 다른 늙은 아버지를 데려오다니, 이렇게 불효할 수가 있나! 두 아버지를 어떻게 부양하려고? 저 늙은이에게 먹일 김치와 곡식은 어디서 구하겠다는 거야?”

그는 거울을 상자 안에 던져 넣고 뚜껑을 세게 닫았습니다. 질투와 분노로 온 집안이 들끓자, 김 씨가 방앗간과 돼지를 돌보다 말고 뛰어들어왔습니다.

힘이 센 아내는 남편에게 달려들어 묶어 올린 머리카락을 움켜쥐었습니다. 방바닥으로, 집 밖으로, 다시 거리로 끌고 가서는 판사에게 도착해서야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집안의 평화를 깨뜨리려고 서울에서 이상한 물건을 가져왔으며, 틀림없이 다시 서울로 가서 젊은 아내를 얻으려 한다고 쉴 새 없이 주장했습니다.

아내는 남편에게 온갖 죄를 뒤집어씌웠습니다. 그러나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은 그가 둥근 금속 물건을 집에 들였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그 물건에는 무시무시한 마법이 가득하다고 장담했습니다. 다른 식구들까지 와서 아내의 말을 거들었습니다. 다섯 사람의 증언이 일치하니 틀림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긴 담뱃대를 물고 있던 판사는 쏟아지는 말이 조금 잦아들자, 그 마법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김 씨의 아버지가 상자를 열어 금속 거울을 내밀었습니다. 판사도 이런 물건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몇 해 전 시험을 보러 서울에 한 번 갔을 뿐인데, 그때조차 동료들과 공부하고 시험장에서 글을 쓰느라 도시를 거의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눈앞에 거울을 들어 올린 순간, 판사도 다른 사람들처럼 분노했습니다. 둥근 물건 속에는 지위 높은 관리의 옷을 입은 남자가 있었습니다. 판사만이 쓰는 높은 모자를 썼고, 오른쪽 귀에는 커다란 호박 구슬 스물여덟 개를 엮은 장식이 걸려 있었습니다. 거울을 조금 내려 보니 가슴의 수놓은 천과 옷자락을 여미는 은빛 새 장식, 허리에 두른 장식 띠까지 보였습니다.

다른 판사가 마을에 와서 자기 자리를 빼앗으려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러면 자신은 무슨 돈으로 살며, 늙은 부모와 형편이 어려운 친척 스물다섯 명은 어떻게 부양한단 말입니까? 노년에 빈털터리가 될 모습을 떠올리니 분해서 말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방 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모두 서로의 얼굴을 보며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평온은 삼십 초도 가지 않았습니다. 판사까지 질투하며 화를 내니 재판을 중단할까 두려워진 아내가, 남편의 머리카락을 또 붙잡고 집으로 끌고 가려 한 것입니다.

소동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전령이 뛰어들었습니다. 왕이 보낸 관리가 지방을 살피며 다니는 중이고, 오 분 안에 이곳 문 앞에 도착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아내는 즉시 남편을 놓아주었습니다. 판사는 조용히 하라고 외친 뒤, 부하들에게 손님을 맞을 자리를 지키게 했습니다. 그러고는 분노로 흐트러진 모자와 머리 모양을 바로잡고 나가 높은 관리를 맞았습니다. 인사를 나눈 뒤에는 가장 윗자리를 권했습니다.

절차가 끝나자 서울에서 온 관리는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물었습니다. 판사는 거울을 비단 방석에 놓아 건네며 말했습니다.

“이것이 저희 모두를 질투심에 사로잡히게 만들었습니다. 대체 무엇입니까?”

도시의 편리한 생활과 궁궐의 화려함에 익숙한 관리는 거울이 무엇인지 설명했습니다. 새 사람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들여다보는 사람 자신의 모습이 비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모두의 어리석음을 가볍게 꾸짖고 돌아가게 했습니다. 화나 질투가 치밀 때는 무 다섯 개의 잎을 따거나, 쌀에서 나온 뿌연 물인 쌀물을 한 잔 천천히 마신 다음에 말을 하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러자 김 씨의 아내는 남편 앞에 엎드려 용서를 빌었습니다. 온 가족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실수에 크게 웃었습니다. 한 번 터진 웃음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고, 반 시간쯤 지나서야 조용해졌습니다.

그 뒤로 마을에서는 형편이 되는 사람마다 거울을 샀습니다. 여자아이들도 차츰 하나씩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도 자주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는 바람에, 여러 집에서 거울 앞 바닥에 깐 종이가 닳을 정도였습니다. 서울의 거울 장사들은 그 마을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의아해했습니다. 그러나 거울이 잇따라 팔리자 무릎을 치며 좋아했고, 덕분에 부자가 되었습니다.


English summary · includes the ending

A miller named Kim visits Seoul and buys gifts for his family. A shop assistant sends him across the street to see a strange round object. It is a mirror, but Kim has never seen one before. He mistakes his reflection for another man and buys the mysterious object.

At home, his wife sees their daughter’s reflection and thinks he has brought home another woman. The daughters and grandparents also look into the mirror and become upset about strangers joining the family. Kim’s wife drags him before the local judge.

The judge has never seen a mirror either. He sees a man dressed like a judge and fears losing his position. Just then, a royal inspector arrives. He explains that everyone has been looking at a reflection, not a stranger.

Kim’s wife asks his forgiveness, and the family laughs about its mistakes on the way home. Afterwards, mirrors become popular in the village.

Adapted for Lejrbål from the credited sou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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