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 B2

거울 소동

Short story

옛날 서울은 시골 사람들에게 세상의 중심처럼 여겨지는 곳이었습니다. 큰 가게와 화려한 거리가 있었고, 사람들은 온갖 신기한 물건을 그곳에서 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북쪽의 한 마을에 방앗간을 운영하는 김 씨가 살았습니다. 여러 해 동안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은 그는 오래전부터 서울 구경을 하고 싶었습니다. 아내는 도시 사람들이 입는 옷과 신발 등을 갖고 싶어 남편의 여행을 부추겼습니다. 딸들도 예쁜 장식과 신발, 은비녀를 부탁했습니다.

어느 오월 아침, 김 씨는 가족에게 줄 선물도 사고 자기 눈도 즐겁게 할 생각으로 서울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아내는 도둑을 조심하고 쓸데없는 데 돈을 쓰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김 씨도 집을 단단히 잠그고 따뜻하게 지내라며 가족에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마을에서 물건값을 따지거나 방앗간 일을 할 때는 능숙했던 김 씨도, 서울의 성 안에 들어서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낯선 광경과 소리에 넋을 잃고 입을 벌린 채 서 있자, 지나가던 사람과 아이들이 놀리기도 했습니다. 가게마다 물건값이 너무 비싸서 놀랐지만, 아내와 딸들에게 줄 선물은 샀습니다. 부채와 비단, 머리핀, 장식용 구슬, 은반지 등이었습니다. 곧 결혼할 큰딸의 준비에도 쓸 물건들이었습니다.

비단 가게 점원은 김 씨가 시골 사람임을 알아보고 장난을 치고 싶어졌습니다. 요정 이야기를 들려주며 길 건너편 가게를 가리켰습니다. 그곳의 둥근 물건을 보면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신기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김 씨는 곧장 길을 건너 반짝이는 금속 물건을 파는 가게로 갔습니다. 달처럼 둥근 물건을 마주하니 그 안에 남자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자신과 나이가 비슷했고 어디서 본 것 같았지만, 누구인지 이름을 댈 수 없었습니다. 고향에서 아는 사람일까 싶어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시 정면으로 서니 같은 얼굴이 나타났습니다. 김 씨가 웃으면 상대도 웃고, 얼굴을 찌푸리면 상대도 같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무리 재빨리 뒤돌아보아도 그 남자를 붙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것은 금속 거울이었습니다. 한 번도 거울을 본 적이 없었던 김 씨는 마법 같은 물건이라 생각하고 사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가족은 그가 가져온 선물을 먼저 보고 싶어 했습니다. 아내와 딸들이 선물에 빠져 있는 동안, 김 씨는 거울 상자를 탁자에 놓고 다른 물건을 장 안에 넣었습니다. 그런 뒤 방앗간과 가축을 살피러 나갔습니다.

딸들이 상자를 열자 소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딸 뒤에 서 있던 아내가 거울 속 젊은 여자를 보고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왔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남편이 나를 대신할 다른 여자를 서울에서 데려왔구나!”

딸도 거울을 보더니 울며 외쳤습니다.

“어머니 자리에 낯선 여자가 오는 건 싫어요. 너무 젊은 데다 우리를 못살게 굴 거예요.”

큰 소리를 듣고 들어온 할머니도 거울을 보자 화를 냈습니다.

“이 늙은 여자를 우리 집에 둘 수는 없다. 아들이 자기 어머니와 가족을 부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느냐!”

온 집안이 울음과 고함으로 가득해졌습니다.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흔들며 들어와 조용히 하라고 했지만, 자신도 거울을 보자 얼굴빛이 달라졌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하나 더 데려오다니! 두 아버지를 어떻게 먹여 살리겠다는 것이냐?”

그는 거울을 상자에 도로 넣고 뚜껑을 세게 닫았습니다. 소란이 점점 심해지자 김 씨가 들어왔습니다. 아내는 남편의 묶어 올린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집 안에서 거리로, 다시 판사가 있는 곳까지 끌고 갔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서울에서 집안의 평화를 깨뜨릴 물건을 가져왔으며, 새 아내를 얻으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무서운 마법이 들어 있는 물건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남편이 둥근 금속 물건 하나를 가져왔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다른 가족들도 함께 와서 아내의 말이 사실이라며 거들었습니다.

판사는 이야기를 듣고 그 물건을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김 씨의 아버지가 상자를 열어 거울을 건넸습니다. 판사 역시 거울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젊어서 시험을 보러 서울에 한 번 간 적은 있었지만, 공부와 시험에 매여 도시를 구경할 틈이 없었던 것입니다.

거울을 들어 올린 판사는 곧 분노했습니다. 그 안에는 관리의 옷을 입고 높은 모자를 쓴 남자가 있었습니다. 귀에 걸린 구슬 장식과 가슴에 수놓은 무늬, 허리띠까지 판사의 복장 그대로였습니다. 그는 다른 판사가 마을에 와서 자기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책을 잃으면 부모와 많은 가난한 친척을 무엇으로 먹여 살릴 수 있을까요?

판사가 화가 나서 말을 잇지 못하자 방 안이 잠시 조용해졌습니다. 하지만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판사마저 화를 내니 재판이 중단될까 걱정한 아내가, 남편의 머리카락을 다시 붙잡고 집으로 끌고 가려 했습니다.

그때 전령이 들어와 왕이 보낸 관리가 지방을 돌아보는 중이며 곧 이곳에 도착한다고 알렸습니다. 아내는 남편을 놓아주었습니다. 판사는 질서를 바로잡고 흐트러진 모자를 고친 뒤 손님을 맞으러 나갔습니다. 인사가 끝나자 높은 관리에게 윗자리를 권했습니다.

서울에서 온 관리는 소동의 원인을 물었습니다. 판사는 거울을 비단 방석 위에 놓아 건네며, 이것 때문에 모두 질투에 사로잡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왕궁과 도시 생활에 익숙한 그 관리는 거울이 무엇인지 금세 알아보았습니다. 그는 거울에 비친 것은 보는 사람 자신의 모습이라고 설명하고, 모두의 어리석음을 가볍게 꾸짖었습니다.

아내는 남편 앞에 엎드려 용서를 빌었습니다. 가족은 집으로 돌아가며 자기들이 저지른 실수를 떠올리고 크게 웃었습니다. 한동안 웃음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형편이 되는 마을 사람들은 거의 모두 거울을 샀고, 여자아이들도 차츰 하나씩 갖게 되었습니다. 거울을 자주 들여다본 탓에 그 앞의 바닥 종이가 닳은 집도 많았습니다. 서울의 거울 장사들은 그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아해하면서도, 장사가 잘되어 기뻐했습니다.


English summary · includes the ending

A miller named Kim visits Seoul and buys gifts for his family. A shop assistant sends him across the street to see a strange round object. It is a mirror, but Kim has never seen one before. He mistakes his reflection for another man and buys the mysterious object.

At home, his wife sees their daughter’s reflection and thinks he has brought home another woman. The daughters and grandparents also look into the mirror and become upset about strangers joining the family. Kim’s wife drags him before the local judge.

The judge has never seen a mirror either. He sees a man dressed like a judge and fears losing his position. Just then, a royal inspector arrives. He explains that everyone has been looking at a reflection, not a stranger.

Kim’s wife asks his forgiveness, and the family laughs about its mistakes on the way home. Afterwards, mirrors become popular in the village.

Adapted for Lejrbål from the credited sou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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