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 C1

두더지의 사윗감

Short story

강가에는 아득한 옛날 바위를 깎아 만든 거대한 미륵불이 서 있었다. 받침은 땅속 깊이까지 이어져 있었고, 넓은 돌모자 둘레로는 산에서 내려온 먹구름이 모여들어 휘돌았다.

이 거대한 불상 가까이의 땅속에 부드러운 털을 지닌 두더지 부부가 살았다. 어느 날 딸이 태어나자 아버지는 세상에 이보다 더 훌륭한 아기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딸에 대한 자랑스러움은 대단해서,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와 결혼시키지 않고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자연계의 무엇이 가장 경이로운 존재로 여겨지는지 알아보려고 오랫동안 애썼다. 이웃들을 불러 의논했고, 두더지 왕을 방문해 지혜로운 신하들의 판단도 구했다. 누구나 푸른 하늘이 영광과 위대함에서 으뜸이라고 대답했다.

마침내 두더지 아버지는 하늘을 찾아가 딸을 신부로 맞아 달라고 청했다. 땅 위에서나 땅 아래에서나 하늘이 가장 위대한 존재로 알려져 있다는 찬사도 덧붙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하늘은 그 청을 사양했다.

“내가 가장 위대한 것은 아닙니다. 해가 나를 다스리지요. 해가 떠야 내 빛깔이 환해지고, 해가 지면 어둠이 세상을 덮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나를 보지 않고 별을 봅니다. 따님을 해에게 데려가는 편이 좋겠어요.”

아버지는 눈부신 해를 찾아갔다. 얼굴을 똑바로 보기조차 두려웠지만, 딸과 결혼해 달라는 부탁은 빠뜨리지 않았다. 사람의 눈을 부시게 하고 들판의 풀을 태울 만큼 강렬한 해는 이번에도 뜻밖에 겸손한 대답을 내놓았다.

“나는 주인이 아닙니다. 구름이 나보다 강하지요. 구름은 나를 가려서 며칠이고 몇 주고 보이지 않게 합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내 힘이 크지 않으니, 따님은 구름에게 권해 보세요.”

아버지는 실망했다. 이번에는 구름이 여름 오후에 은빛으로 빛날 때 찾아갈지, 검게 변해 폭풍을 예고할 때 찾아갈지 망설였다. 그래도 가장 강력한 신랑감을 얻으려는 뜻에 따라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구르는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검은 먹구름 앞에 나타나 딸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며 혼인을 청했다.

“어째서 나를 찾아왔습니까?” 구름이 물었다.

“당신이 가장 위대한 존재일 뿐 아니라, 그 무서운 힘으로 이미 그것을 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구름은 천둥과 번개를 멈추고 거의 웃을 듯한 태도로 말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기는커녕 내 주인조차 되지 못합니다. 벌써 바람이 나를 몰아내고 있지 않습니까? 곧 공중에 흩어져 보이지 않게 되겠지요. 구름의 주인인 바람이라면 훌륭한 사위가 될 겁니다.”

두더지 아버지는 바람이 구름을 밀어낸 뒤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딸의 재능과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외동딸의 남편이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바람은 그가 예상한 것만큼 거만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줍을 정도로 겸손하게 자신의 한계를 인정했다.

“저 거대한 미륵불 앞에서는 내 힘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얼굴을 세차게 때려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지요. 귀에 대고 아무리 소리를 내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재채기를 시키려고 해도 소용없어요. 미륵불이 저렇게 서 있는 한 내가 가장 위대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쯤 되자 아버지는 발도 아프고 지쳤으며, 마음마저 낙담해 있었다. 모두 딸이 훌륭하다는 것은 인정하는 듯한데, 정작 어울리는 남편을 구할 수는 있을까. 그는 잠시 쉰 뒤 머리가 하늘 높이 솟은 미륵불에게 나아갔다.

아버지는 모두가 가장 위대하다고 인정하는 존재라며 미륵불을 칭찬했다. 혼인에 관한 부탁을 한 다음에는 딸의 장점을 자세히 늘어놓았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 오히려 부탁을 망칠 지경이었지만, 미륵불은 끈기 있게 들어 주었다.

마침내 돌입술이 움직였다.

“당신 말대로 나는 위대합니다. 낮이나 밤이나 변함이 없지요. 해도 나를 녹이지 못하고 서리도 나를 부수지 못합니다. 덥거나 춥거나, 여름이나 겨울이나 그대로 있습니다. 구름은 오가도 나를 움직이지 못하고, 번개와 천둥도 두렵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아직 미심쩍으면서도 희망이 생겼다. “그러면 내 딸의 신랑이 되어 주시겠군요?”

“내가 가장 위대하다면 기꺼이 그러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내 발 아래에 두더지가 있어요. 삽 같은 손으로 밤낮 굴을 파지요. 그 힘에는 나도 저항할 수 없습니다. 받침 아래의 땅을 파헤치면 결국 나는 쓰러져 평범한 돌처럼 땅 위에 눕게 될 겁니다. 따님은 두더지와 결혼시키는 편이 좋겠어요.”

긴 여행 끝에 아버지는 더는 다른 곳을 찾지 않았다. 여러 곳에서 조언을 구한 결과 가장 위대한 존재는 두더지라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딸의 남편은 가까운 곳에서, 같은 두더지 가운데서 찾았다. 젊고 잘생긴 신랑을 맞은 결혼식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잘 어울리는 한 쌍은 그 뒤로 행복하게 살았다.


English summary · includes the ending

A mole is so proud of his daughter that he wants her to marry the greatest being in the universe. Other moles advise him to ask the sky. But the sky says the sun is greater because it brings daylight. The sun recommends the cloud, which can hide its light.

The cloud sends the father to the wind, which blows clouds away. The wind admits that it cannot move the enormous stone Buddha standing nearby. Tired and disappointed, the father visits the statue and describes his wonderful daughter.

The statue says it can resist sunshine, frost, storms and wind. However, a mole can dig beneath its base and make it fall. It therefore advises him to find a mole for his daughter. After his long search, the father returns home and chooses a handsome young mole. The wedding is joyful, and the couple live happily together. His search has brought him back to his own kind.

Adapted for Lejrbål from the credited sou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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